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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뉴스

대한항공 세부 사고 (부제 : 승무원은 안전요원이다.)

by 비행기 타는 아빠사무장 2022. 10. 27.

대한항공 세부 사고 (부제 : 승무원은 안전요원이다.) 대한항공 KE631편

 

 며칠 전 대한항공 세부 사고에 대한 기사들이 순식간에 포탈, 뉴스, 신문을 가득 매웠다. KE631편 대한항공-세부 노선의 활주로 이탈 사고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대한항공 세부 사고
대한항공 활주로 이탈 사고

 

 먼저, 필자는 3년을 FA(Flight attendant)로, 그리고 4년은 사무장(purser)으로서 승무원 생활을 하였다. 때문에 이 사고가 결코 남의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았으며, 한 명도 크게 다친 사람이 없다는 기사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유와 나의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처음 기사가 속보로 나온 날, 기사와 각종 커뮤니티에 '그럴 줄 알았다. 그러면 그렇지.' 식의 댓글 반응들이 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는 '우리나라는 안전불감증이 만연하다.'라는 생각들이 우리의 인식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우리나라 항공업은 생각보다 그렇게 허술하게 관리되거나 운용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저 항공업의 속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지나친 일반화 혹은 악성 댓글처럼 보였다. 왜냐하면 활주로 이탈 사고 (심지어 항공기의 외부에 큰 파손과 손상이 일어난 사고)에서 사망자가 없다는 사실은 나에겐 기적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승무원은 안전요원이다.

 그렇다. 승무원들은 그저 기내에서 맥주나 라면을 파는 사람들이 아니다. 승무원은 안전요원이며 모든 항공사는 국토교통부의 관할 아래, 안전과 보안에 관련된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야만 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승무원들은 매년 비상탈출 훈련을 수료해야 하고, 여러 가지 비상탈출 시나리오에 대비하여 실전과 같이 탈출 훈련을 받아야 한다. 수료하지 못하면 당연히 비행을 할 수 없다.

 비상탈출 상황이 발생하면, 운항승무원은 수많은 탑승객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Cockpit(조종실)을 책임져야 하고, 객실 승무원들은 열악한 환경과 수많은 제약 속에서 많은 승객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1초, 2초를 다투며, 죽기 살기로 소리 지르고 뛰어다녀야 한다. (단 한 문장으로 다 표현이 안 될 정도로 비상탈출 상황은 정신이 없다.) 물론 어떠한 비상탈출 상황이 생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모든 승무원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빠른 상황판단을 해야하며, 상황에 따라서는 안전하게 승객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하기도 한다.

 

 객실사무장은 비상탈출시에 수백 명의 승객들을 최대한 안전하게 탈출시켜야 하는 총책임자이다. 항공사에서 훈련하게 되면, 우리는 '마의 90초'라는 말을 듣게 된다. 비상탈출 시 90초 안에 모든 승객들을 탈출시켜야 한다는 말이다.(수백 명의 승객을 90초 안에 탈출시키는 것 또한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하지만 해내야 한다.)

 매 비행때마다 무거운 책임감을 겪어본 나에게 이번 대한항공 세부 활주로 이탈(overrun) 사고는 남의 일처럼 느껴질 리 만무하다. 심리적으로 승무원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특히나 이런 비상탈출 상황을 착륙 전 미리 인지하게 된다면, 나의 생명을 다른 승객들 대신 희생해야 하는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임하는 승무원들이 정말 많다. (왜냐하면 승무원들은 모든 승객을 탈출시킨 후 마지막으로 탈출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번 사고에서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없었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들리는 것은 너무나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한 탑승객이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화제다. 사고 당시, 승무원들이 승객들의 탈출을 위해 Shouting을 하면서, 목이 쉬어서 비행기에서 마지막에 나왔다고..

 

 현재 KE631편의 이번 활주로 이탈 사고에 관한 현장조사가 진행 중이다. 현장조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악기상 조건과 항공기에 어떠한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는 상황에서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사실은 놀라지 않을 수 없다.(아마도 두어 번의 착륙 시도와 복행으로 항공기 결함이 생기지 않았을까 추측되고 있다. 아직은 조사 중이다.)

 필자는 해당 편 모든 승무원들에게 존경의 박수와 찬사를 보내고 싶다.

 

 또한 이번 기회를 통해 대한민국의 승무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승무원은 라면이나 맥주를 파는 사람이 아니라, 당신의 생명을 책임지는 '안전요원'이다. 그러니 부디 비행기에서 그들을 당신의 생명을 위해 헌신하는 안전요원으로서 존중해 주길 마지막으로 부탁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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